tvN 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웰메이드 청춘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2023.09.25 ~ 2023. 11. 14 16부작으로 제공됩니다.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CODA,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서 태어난 청인 자녀) 소년이 수상한 악기점을 통해 낯선 공간에 불시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수상쩍은 청춘들과 함께 밴드 '워터멜론 슈가'를 결성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청춘 드라마입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 작가는 시카고 타자기(2015), 킬미힐미(2015), 해를 품은 달(2012), 경성스캔들(2007) 등 대표작을 가진 진수완 작가의 작품입니다.
1. 인물관계도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관전 포인트는 타임슬립한 은결(려운)과 은유(설인가)가 만난 1995년의 청춘 이찬(최현욱)과 청아(신은수), 그리고 세경(설인아)의 앞날입니다. 은결은 은유로부터 이찬의 청력을 앗아간 사고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히 마스터(정상훈)로부터 시간 여행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만큼 2023년으로 돌아가기 전 반드시 실청 사고를 막아야만 하는 터. 과연 은결이 조력자 은유의 도움을 받아 이찬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계모 임지미(김주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청아의 현실,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세경(이소연)의 출생의 비밀 등 은결과 은유가 알지 못하는 1995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호기심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시간 여행의 끝을 앞둔 21세기 청춘 은결과 은유의 관계입니다. 앞서 은결과 은유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두 사람이 똑같이 21세기에서 온 시간여행자라는 사실까지 알게 됩니다. 첫사랑의 설렘, 가족으로부터 느꼈던 외로움, 그 감정을 공유하며 느낀 동질감으로 은결과 은유의 관계는 한층 더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은결과 은유 사이에는 형 하은호(봉재현)라는 뜻밖의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만큼 시간 여행이 끝난 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시간 여행자 은결과 은유의 존재로 초래된 나비효과의 결말입니다. 마스터는 은결이 과거로 오면서 많은 것이 변화했다고 언질 한 바 있습니다. 미래의 엄마가 세경으로 바뀌는 꿈까지 꾼 은결은 아빠의 사고를 막되 이찬과 청아를 이어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의 노력대로 이찬과 청아는 무사히 연인이 되었지만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고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또 다른 시간 여행자 은유 역시 엄마 세경의 친아빠 조나단(박호산)을 만나 직접 궁금증을 해결하는 등 두 사람의 존재로 인해 과거의 흐름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연 은결과 은유의 시간여행이 2023년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많은 이들의 굳건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배우들의 세대를 초월한 시너지와 탄탄한 극본, 아름다운 영상미가 어우러진 덕분이었습니다. 먼저 1995년에서 만난 청춘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성을 그려내고 있는 배우 려운(은결 역), 최현욱(이찬 역), 설인아(세경, 은유 역), 신은수(청아 역)는 캐릭터에 착 달라붙은 연기로 몰입도를 높이는 중입니다.



려운은 침묵과 소리의 세계 사이를 이어주는 은결 캐릭터의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최현욱은 인생의 모든 것이 처음인 낭랑 18세 이찬 역으로 열혈 에너지를 전파하는 한편, 설인아는 1995년 첫사랑의 아이콘 세경과 2023년 그를 똑 닮은 딸 은유로 1인 2역을 찰떡같이 소화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은수는 청아 캐릭터가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놀라운 싱크로율로 매 순간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2. 등장인물

윤청아
18세/ 여/ 침묵의 섬에 갇혀버린 도도한 얼음공주
“입 닥쳐! 어차피 안 들려”
차갑고, 도도하며,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미소녀다. 그런데.. 어쩐지 누군가에게 버려진 고귀한 혈통의 길고양이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다 저 예쁘고 귀한 고양이가 버려졌을까, 가엾다, 안쓰럽다.. 츄르라도 건넬 생각이라면 아서라. 앙칼진 하악질과 할큄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청아.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날 것 같은 이름. 피아노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성악을 전공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아름다운 소리를 업으로 삼는 집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농인으로 태어난 아이. 맞다. 그녀는 선천적 농인이다. 타인의 시선과 체면을 중시하는 아버지는 청아의 장애를 숨겼다. 그의 관점에서 ‘수어’는 ‘나는 장애인입니다’를 온몸으로 티 내는 끔찍한 퍼포먼스였다. 능숙해지면 능숙해질수록 정상인의 세계에서는 멀어지는 수치스러운 행위였다. 그 무지의 틈을 정확히 파고든 이가 훗날 청아의 새엄마가 되는 임지미였다. 그녀는 청아의 언어를 뺏으러 온 마녀였다. 딸과 아버지 사이의 소통을 끊고 진성가의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과 함께 등장한 사기꾼. ‘어차피 이 집에서 네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어. 그러니 얌전히 쥐 죽은 듯 살아.’ 입말도, 손말도, 그 어떤 언어도 갖지 못한 청아는, 그녀의 실체를, 자신이 당하는 학대를, 아버지에게 전할 길이 없었다. 청아의 필담보다는 그녀의 입이 더 빨랐다. 쓰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 막혔다. 청아는 이제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마음도 닫아버렸다. 언어를 잃은 청아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위안은 그림이었다. 현재 임지미가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서원예고 미술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입시 경쟁률이 꽤 높은 명문 예고에, 재단 이사장의 딸이자, 장애인이 편입하자, 특혜논란이 더 해져 아이들에게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말했지 않은가. 그녀의 성정 역시 만만치 않다고. 아이들이 그녀 앞에서 대놓고 귀머거리라고 조롱하거나 괴롭히면, 자신이 못 듣는 걸 과시라도 하듯 끼이이익- 손톱으로 칠판을 길게 긁거나, 애들 귀에 꽂힌 이어폰 볼륨을 확 높여버리는 식으로, 소음 공격을 한다. 어차피 나는 안 들리는데 뭐. 당당하다. 청아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프리다 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 역시 프리다 칼로가 그린 [Viva la vida]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인생이여 만세’를 외쳤던 그녀의 강인함을 사랑한다. 나도 외칠 수 있을까? 인생 만세를? 내게도 있을까? 그런 강인함이? 반짝여줄까? 내 인생도? 그녀의 질문 앞에, 마치 신이 던져준 답변처럼 두 명의 소년이 뛰어든다.

온은유
18세/ 여/ 과거로 건너온 세경의 딸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자살 방법을 찾았어!”
당돌하지만 귀엽고, 엉뚱하면서도 상큼한, 다채로운 매력의 소녀. 학창 시절의 세경과 똑 닮은 청순하고 예쁜 외모를 지녔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위태롭고 반항적인 면도 있고, 한편으론 강아지처럼 호기심 많고 깨발랄한 면도 있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멋지다는 말을 선호한다. 핑크보다 블래, 드레스보다 찢청이 취향이다. 처음부터 엄마 행세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놈의 라테 타령부터 첫사랑 타령까지 엄마의 신세 한탄을 듣고 있자니 지긋지긋했고, 아무 의미도 없이 엄마의 아바타처럼 살아온 인생이 허무했다. 차라리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싶어 집을 뛰쳐나왔을 때 마법처럼 눈앞에 ‘인생(La Vida)’이라는 이름의 악기점이 나타났다. 첼로도 팔아치울 겸 들어가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나왔을 뿐인데..



맙소사! 2023년이 아닌 1995년의 서울이라니! “너 최세경 맞지? 말도 없이 유학 갔잖아. 원래는 안 돌아오는 게 맞잖아. 그런데 돌아왔잖아. 어떻게 된 일이냐고, 이게!” 조용히 머물다 갈 생각이었는데, 웬 놈이 다짜고짜 시비를 걸어온다. 이름이 하은결이라는데 누구냐 넌? 어쨌든, 어린 시절의 엄마랑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소리는 종종 들었지만, 자신을 정말 엄마로 착각하는 걸 보니 신기했다. ‘오오, 이거 꽤 재밌겠는걸?’ 반쯤은 호기심, 반쯤은 짓궂은 반발심에 세경인척 이곳에 머물기로 하는데.. 귀에 못이 배기도록 들어왔던, 엄마의 첫사랑은 만난다. 아빠와 싸운 날이면 한탄 섞어 늘 엄마가 이야기하던 고등학교 때의 첫사랑. 그의 이름은 하이찬. 엄마만을 순수하게 좋아했다는 밴드맨. 엄마, 내가 첼리스트의 꿈을 대신 이뤄주진 못해도, 엄마의 첫사랑은 이뤄주고 갈게.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저 남잘 붙들어둘 테니, 붙잡아. 어차피 아빠랑은 이혼하게 될 거, 차라리 지금 운명을 바꿔봐. 저 아저씨와 엄마가 이루어지면 아마 나는 태어나지 못하겠지.. 딱 좋다! 바로 내가 원하는 바다. 어차피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차마 자살까지 시도할 용기는 없었는데, 완전 개이득.
딱히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적어도 후회와 넋두리로 허송세월하는 엄마를 보지 않기 위해서, 그 과정에서 덤으로 얻어지는 실로 편안한 자살을 위해, 엄마와 엄마의 첫사랑을 이어주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최세경
18세/ 여/ 만인의 여신, 만인의 뮤즈
“이제부터 만인의 뮤즈가 아닌, 너만의 뮤즈가 되어줄게.” 21세기 용어로 말하자면, 당시 강북 일대에 소문난 얼짱 예고생. 청순한 미모와 우아하고 고전적인 분위기로, ‘서원예고 여신’이라 불린다. 첼로 가방을 어깨에 메고 길을 걷기만 해도 청춘 영화의 한 장면이며,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미소 짓는 모습은 샴푸의 요정이 따로 없다. 교문 앞에는 얼굴 한 번 보겠다고 몰려든 남고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청춘스타로 키워주겠다는 매니저들이 줄을 서지만 세경은 전혀 관심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적부터 집안끼리 알고 지내온 존잘 명문대 의대생 오빠를 남자친구로 두었기에, 웬만한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을뿐더러, 줄리아드 예비학교 오디션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 때문이다. 결국, 오디션에 합격한 그녀가 유학을 떠나버리자 뭇 남학생들의 심장은 흔적기관으로만 존재하게 되는데.. 유학 갔던 그녀가 돌아온다!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서! 예고 없는 컴백이었다. 느닷없는 등장이었다.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고귀한 가문의 영애 같던 그녀가, 산소 같은 영애 같던 그녀가, 톡톡 튀는 탄산 같은 고소영 같은 그녀가 되어 돌아왔다. 뭐랄까.. 얼굴은 그대로지만, 분위기와 성격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달라졌달까? 늘 긴 생머리를 고수하던 그녀가, 상큼한 단발머리로 변모했다. 한 떨기 수선화처럼 청초했던 그녀가, 활짝 핀 해바라기처럼 밝고 명랑해졌다. 매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그녀가, 매점 간식 쟁탈전에 온몸으로 참전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언제나 ‘놉!’을 외치며 절벽을 치던 이찬에게 세상 적극적이고 친절해졌다는 것이다. 근데 얘 뭔가 수상하다. 종종 예전 일을 기억 못 한다. 종종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종종 길을 잃고 헤맨다. 대체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찬
18세/ 남/ 유쾌한 레트로 보이
“청춘은 반짝이는 워터멜론이야”
명랑만화를 찢어발기고 나온듯한 18세 청춘. 은결이 서태웅이라면, 이찬은 ‘왼손은 거들먹거릴 뿐’인 강백호다. 대학가에서 달팽이 하숙집을 운영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전국의 청춘들이 모여든 하숙집에서 성장한 덕에 이찬은 아는 형님도 많고, 아는 것도 많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상식부터, 최신 트렌드 정보까지. 이를테면 하숙집 자체가 이찬에겐 인스타그램이며 네이버 지식인인 셈. 덕분에 얻은 별명이 ‘찢어진 백과사전’이다. 문제는 찢어졌다는 거. X세대 형님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낸 덕에 무지 힙한 척하지만 사실 그는 뼛속까지 아날로그다. 단순하지만 속이 깊고, 이왕이면 세상 모든 걸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요즘 세상에선 치를 떨며 극혐 하는 ‘열정’, ‘노력’, ‘희망’ 이딴 단어들 좋아하고,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고, 사랑에 있어서는 본 투 비 순정마초고. 세경을 처음 본 순간도 그랬다.



제 몸보다 큰 첼로를 메고 친구들과 환하게 웃으며 걸어가는 세경을 현실로 영접했을 때, 세상은 왕가위 감독의 스텝 프린팅 기법으로 움직이고, 귀에는 캘리포니아 드림이 OST로 깔리고, 태양은 세경을 위한 단독 핀 조명이 되는 기적을 경험한다. 어쩐지 뭔가를 회개해야 할 거 같고, 뭔가를 바쳐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회개했다. 진즉에 당신을 알아보지 못한 나란 놈의 어리석음을. 그래서 아낌없이 바쳤다, 나란 놈의 순정과 열정을. 도도한 세경의 계속되는 거절에도 상처받지 않았다. ”야, 최세경 남자 친구 있대. 끝내주게 잘 생겼대. 대학생이래. 무려 의대생이래. 게다가 밴드 동아리에서 기타도 친대. 팬클럽도 있대 “ 크레센도로 전달되는 비보에 이찬은 흔들렸을까? 천만에. ”세경이 너 밴드 좋아하는구나?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나도 밴드해. 한 달 뒤 우리 학교 축제 때 공연하는데, 보러 오지 않을래? “ 대형 구라를 치고는 그날부터 밴드를 결성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운다.

은결
18세/ 남/ 비밀스런 모범생
“저한테는 세 개의 세계와 세 개의 언어가 있어요. 침묵의 세계, 소리의 세계, 그리고 음악의 세계. 수어, 구어, 그리고 음악.” 어른스럽다. 의젓하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어른들이 은결을 볼 때마다 들을 두드려주며 하는 말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뉘 집 아들인지 부럽다, 이런 아들이라면 열 명도 키우겠다’는 벌스(verse)가 이어지고, ‘부모만 잘 만났어도’로 시작되는 후렴이 따라붙고, 쯧쯧쯧 안쓰러운 스캣(scat)이 이어지면, 은결 인생에 가장 많이 들은 하나의 곡이 완성된다. 제목은 ‘듣기 좋은 꽃 타령도 한두 번이지’. 반듯하다. 성실하다. 책임감이 강하다. 밝고 긍정적이다. 교사들이 은결을 평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전교 1등. 공익광고형 모범생. 교우관계 원만. 젠틀함과 유머러스함의 완벽한 조화. 교사들이 생기부를 작성할 때마다 너무 완벽해서 의심받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청량하다. 설렌다. 첫사랑의 기억이 마구 조작된다. 또래 여학생들이 은결을 떠올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피로회복제를 들고 있어도 이온음료로 보이게 만드는 그야말로 인간 이온음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이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은결의 모습은 사회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인격일 뿐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만들어낸 은결의 페르소나. 어쩌면 은결의 정확한 MBTIsms CODA일지도 모르겠다. 은결은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듣고 말을 하는 청인,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이다. 아기 때부터 엄마의 손짓과 표정을 따라 하면서 수어를 저절로 배웠다. 옹알이도 입술 대신 손으로 했다. 말을 떼고부터는 가족들의 전담 통역사가 되었다. 이사할 때, 은행에 가서 대출 상담을 받을 때, 동사무소에 민원을 접수하러 갈 때, 심지어 엄마 산부인과 병원까지 따라가 통역을 했다. 그러다 어른들끼리 싸움이 붙으면 중간에 심판처럼 서서 말을 전하고 육두문자는 적당히 거르는데, 종종 눈치 빠른 어른들은 은결의 속에 애어른이 한 명 앉아 있다며 혀를 내두르곤 한다. 은결이 수어와 구어, 두 개의 언어를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비밀스러운 언어가 있다. 바로 음악이다. 어린 시절, 부모가 농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을 때, 비바 할아버지를 만났다. 동네 오래된 악기점 ‘비바 뮤직’을 운영하는 기이한 노인.. 그분을 통해 기타를 배웠고, 기타를 통해 세상에 말을 거는 법을 배웠다. 음악이라는 세상에 눈을 떴고,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날 이후, 은결은 세 개의 세계와 세 개의 언어를 가지게 되었다. 침묵의 세계, 소리의 세계, 그리고 음악의 세계. 수어, 구어, 그리고 음악. 음악의 세계에서 음악으로 말할 때 은결은 가장 행복했다. 그날. 그 화재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불행은 손을 잡고 함께 온다더니, 인생의 멘토였던 비바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온 세상이 그에게 ‘지금 니가 음악 할 때냐, 정신 차려라’ 혼내는 것만 같았다. 마치 쫓겨나듯 살던 동네를 떠나던 날, 은결은 기타를 버리며 결심했다. 이제부터 공부만 열심히 하겠다고. 내가 이 사회의 기득권이 되어, 더 이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는 가족을 만들기로. 부모님에게 멋진 트로피 같은, 치트키 같은 아들이 되어주기로. 그렇게 지금의 그가 만들어졌다. 착한 아들이자 모범생 인싸, 하은결이라는 페르소나가. 그리고 열여덟 살인 현재, 은결은 잠정적 이중생활 중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3. 작가, 제작진 의도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청각장애인 가족 중 유일한 청인 은결의 이야기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조명하고 수어를 친숙하게 만들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tvN 최초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형식을 도입, 평소 자막 없이는 시청이 어려웠던 청각장애들에게 수어 동시 통번역을 제공하여 시청 장벽을 낮추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13회에서 이찬이 청아에게 수어로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며 수어를 향한 인식 개선에 힘을 보탰습니다.

극 중 깊은 관록을 가진 베테랑 배우들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뭉클한 가족애를 그려내며 세대를 뛰어넘은 연기 합을 발휘했습니다. 가족애와 로맨스, 그리고 청춘 밴드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짜임새 있게 풀어내는 진수완 작가의 극본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앞서 '반짝이는 워터멜론'이라는 제목에 대해 "청춘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응원과 박수"라고 설명했던 만큼 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에게 다정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 것. 특히 은결과 은유, 이찬과 청아로 이어지는 구원 서사는 진한 여운을 남기며 '역시 진수완'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진수완 작가의 대본과 완벽한 합을 자랑하는 손정현, 유범상 감독의 연출 또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1995년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물론 청량한 영상미로 청춘들의 로맨스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무엇보다 손정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장소에 따라 악기의 소리,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운드의 리얼함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썼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열정에 힘입어 워터멜론 슈가의 공연 장면은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듣는 재미까지 선사했습니다.


이처럼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배우들의 연기와 극본, 연출의 반짝이는 조화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21세기 소년, 소녀의 시간여행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과연 1995년, 청춘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맺음될지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마지막이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웰메이드 청춘물의 탄생을 알리고 있는 tvN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월요일 오후 8시 50분에 방영되며 OTT플랫폼 Tving에서도 시청 가능합니다.